원성동 구석구석에 맛있는 식당과 예쁜 카페가 생겨나고 있었다는데, 유량동으로 떠난 지 어언 이 년이란 세월 동안 옛 동네에 너무 무심했다, 자책하며 찾아 나선 딴!다르다. 맛집이라며 잔잔하게 소문이 나고 있던데 얼마나 맛있을까, 두근두근.
식사, 커피, 요리, 호프까지 모든 식음료를 섭렵하다.
2층 주택을 구입해 1층은 영업장으로 쓰고 2층은 살림집으로 사용중인 듯하다. 사장님 내외분이 함께 운영하시는데 수원에서 10년 넘게 장사를 하시다 천안으로 이사오신 지 2년 정도 된다고 하셨다. 이 집 맛을 잊지 못해 수원에서 굳이 찾아온다는 후기들이 꽤 있는 걸 보면 맛은 보증되어 있다는 게 아닐까.
초록초록초록이들
마당에도 커다란 테이블이 있어 요즘같은 날 야외에서 식사하기 딱 좋다.
확대하면
예쁜 티세트
실내 인테리어는 세련됐다고 말할 수 없지만 여기저기에 고심한 흔적들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고 주택을 개조한 곳이라 룸식의 공간이 있어 좀 더 프라이빗한 느낌이다. 동네에 이만한 분위기의 식당이 있다는 것만 해도 기분전환은 될 것 같다.
엔틱한 분위기
가장 프라이빗한 공간. 단체석으로 굿.
이 통창뷰는 햇살이 쨍할 때 더 빛을 발하겠지.
우리는 평일 오후 7시 조금 넘어 방문했는데 한 테이블에만 손님들이 있었다. 돈까스 식사를 하는 듯했고 이후에도 한 테이블의 손님들이 돈까스 식사를 하고 금방 떠났다. 역시 돈까스 맛집이었군! 후기에도 메뉴에 있는 음식들이 대체로 맛있지만 돈까스가 원픽이라고 하더니, 돈까스는 필수 메뉴다.
핀트가 엇나간 불쌍한 사진
술을 주문하면 기본 안주로 고구마칩 (감자칩이었나?)이 나온다. 바삭바삭 맛있었다. 오이피클도 너무 새콤하지 않고 적당한 산미가 식욕을 돋운다. 이후에 손님이 한 테이블도 없이 우리끼리 오붓하게 한 잔 할 수 있어 행복했다. 음악도 좋았던 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
이 영롱한 돈까스의 비주얼이라니!
아기다리고 고기다리던 돈까스가 나왔다. 우선 비주얼 합격! 그럼 이제 먹어볼까나_입에 한 조각을 넣는 순간 튀김의 바삭바삭함이 오감을 자극하고 고기의 부드러움은 심봉사가 개안하듯 두 눈이 번쩍 뜨일 정도였다. 사실 나는 돈까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자주 먹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돈까스가 인생 돈까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는 지인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그리고 소스를 빼놓을 수 없는데 돈까스의 기본소스도 맛났지만 저 간장처럼 생긴 매운 소스는 정말이지 신의 한수라고 생각한다. 돈까스의 느끼함을 확실하게 잡아주며 계속 먹어도 물리지 않게 하는 비밀병기 역할을 하니까 말이다.
존재감을 부각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군_
두번째 메뉴는 치킨해물범벅인데, 치킨을 좋아하는 그와 해물을 좋아하는 내가 매운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술안주였다. 그는 돈까스보다는 맛이 떨어진다고 평했지만 나의 미각은 돈까스만큼 맛있다고 느꼈다. 해물은 가리비와 새우, 홍합이 주였는데 여기에 오징어가 첨가된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 같다.
우리는 맛있게 소주 두 병과 맥주 한 잔을 마신 후 다음에 또 오자고, 새끼 손가락을 걸며 아쉬운 마음을 달랜 후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