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맛집> 하노이키친 1817
pp가 맛있는 베트남 음식점이 있다고 추천해서 함께 이른 점심을 먹으러 간 하노이키친 1817. 신불당이 활성화하며 구불당 쪽으로는 발길이 뜸해졌는데 은근히 맛집도 많고 분위기 좋은 술집도 많아 조용하게 저녁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들르면 좋은 곳이다.


가게 내부는 생각보다 아담했고 인테리어도 아기자기했지만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제법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사진은 찍지 못했다. 12시가 넘어서며 만석이 되었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웨이팅은 없어 보였다.

코로나 유행 이후 외식을 극도로 자제하며 먹고 싶은 음식은 거의 배달로 해결했다. 하지만 쌀국수 배달은 매번 실패했고 역시 면은 주방에서 바로 나온 뜨끈뜨끈한 게 최고라며, 한탄하곤 했다. 그러니까 이 쌀국수는 거의 3년 만에 먹어본 제대로 된 쌀국수였던 것이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담백하고 뜨끈한 국물이 식도를 데우며 위장을 채워주니 우울했던 기분이 살짝 풀리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국수를 먹으며 뭔가 부족한데, 그게 뭘까, 맛은 있는데, 뭔가 빠진 거 같은데, 그게 뭐지. 갸우뚱했는데 나중에서야 숙주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숙주를 먹고 싶으면 천 원을 내고 따로 추가를 해야한다고 한다. 진즉에 알았으면 추가해 먹었을 텐데 아쉽기 그지 없다.
나는 OR6A2 후각 수용체 유전자를 가진(?) 사람으로서 고수를 싫어한다. (전 세계 인구의 4~10%가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고수를 먹을 때 비누, 샴푸, 향수를 먹는 듯한 불쾌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나 때문에 고수를 국물에 퐁당 담그지 못하고 따로 먹어야 했던 pp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정말 맛있었던 분짜. 느억맘 소스의 동남아스러움이 이국적인 맛을 살려주기 때문에 입맛이 없을 때 별미로 딱이다. 따로 사이드 메뉴로 판매 중인 넴까지 넉넉하게 올려져 있기 때문에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생각하니 침이 고인다 츄릅-

사장님께서 강력하게 추천해주신 반미_는 역시나 배가 불러 먹지 못했다. 예쁜 용기에 포장해주기 때문에 테이크아웃으로도 좋을 듯하다. 나는 따로 포장해가 가족에게 주었기에 맛을 보지는 못했다. 맛있었겠지, 뭐. 츄릅-
반미는 인도차이나 3국이 프랑스의 식민 통치하에 있을 때 프렌치바케트샌드위치를 베트남 식재료로 바꾸며 변형돼 온 것이라고 한다. 역시 비주얼이 서구적이더라니.

잘 차려진 한상을 보니 흐믓하다. 집에서 멀어 자주 가지는 못하겠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맥주 한 잔 하며 느긋하게 저녁을 먹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