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술집> 신사역 '뮤즈온'
최근에는 거의 휴대폰을 이용해 음악을 듣고 있지만 때로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음악을 듣고 싶어질 때가 있다. 어린 시절 집 안방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던 아남 전축에는 턴테이블이 있었는데 몇 장 없는 레코드판을 올려 놓고 음악을 들을 때면 왠지 모를 낭만적인 기분에 휩싸이곤 했다. 그 시절 순수하고 치기어렸던 감정과는 다르지만 나이가 들어 듣는 레코드 음악은 또 나름의 감성이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LP바 뮤즈온. muse on, 누군가를 또는 언젠가를 회상한다는 뜻이다. 오래된 음악을 들으며 오래전 누군가와 함께 했던 시간을 떠올려 보라는 걸까. 그러기엔 손님이 많아 북적거리는 분위기이지만 조용한 시간대를 골라 혼자 칵테일 한잔 홀짝이며 뮤즈-온 해보고 싶다.


평일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웨이팅 없이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곧 사람들이 들어차기 시작했고 대체로 젊은 분위기의 활기가 떠다녔다. Y와 함께 젊음이 좋구나, 역시 어리니까 예쁘다, 뭐 이런 할머니같은 소리나 하며 소녀처럼 꺄르르거렸다.


한때 LP 수집을 취미로 해볼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몇 장 사모으고 때려치웠지만 그 로망은 여전히 남아있나 보다. 수많은 LP들을 보고 있자니 감탄이 절로 나오며 부러운 마음이 솔솔 일었다.
테이블당 세 곡을 신청할 수 있다고 해서 Y가 한 곡, 내가 두 곡을 신청했다. Y가 신청한 팝송뿐만 아니라 내가 신청한 Jeff Buckley의 Hallelujah, Chet Baker의 My funny Valentine 을 모두 들을 수 있어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역시 없는 게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며 80년대 가요도 신청하고 싶었지만 다음 기회에.




시그니처 칵테일 뮤즈온샤워_ 잭 다니엘과 스위트와인의 콜라보가 잘 어우러진다. 잔 가장자리에 묻어있는 설탕과 함께 홀짝이다 보면 취하는지도 모른 채 열 잔은 마실 수 있을 듯하다.

Gimlet은 처음 맛보는 칵테일이었는데 '송곳'이라는 뚯을 지니고 있다. 이 이름의 유래는 영국 해군 외과 전문 장교였던 토마스 김렛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김렛 경은 선상에서 괴혈병을 예방하기 위해 진에 신선한 라임 주스를 섞어 마시는 방법을 개발했는데 이것이 널리 알려지며 칵테일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라임주스의 산미로 인해 새콤한 맛이 나고 찌르는 듯한 식감이 느껴져 그 이름과 맛의 매칭이 적절하다.
뮤즈온이 해운대에도 있다는데, 언젠가 부산 여행을 가게 된다면, 그 곳에서 또 흘러간 음악을 들으며 지나간 과거를 소환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는 작은 바람.